미래의 경제에 대한 전망을 논할 때, “디커플링”과 “디리스킹”이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됩니다.
이 두 용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해석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디커플링과 디리스킹을 알자!
디리스킹은 주로 미국 재무성이 사용하는 용어로, 금융기관이 고객의 신용을 평가할 때 엄밀한 분석보다는 전반적인 거래 리스크를 고려하여 거래를 중단하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디커플링은 국제경제와 관련하여 “탈중국”을 의미한다고 보면 될것이고, 디리스킹은 “탈위험”을 의미합니다.
이를 서방의 경제 관계에 적용해보면, 디커플링은 중국과의 경제적 연결을 끊는 것을 의미하고, 디리스킹은 중국과 관련된 위험을 관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
서방이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대중 전략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의도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개념 탐색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대중적으로 “디커플링”이라고 언급한 것은 주로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었습니다.
2023년 5월에 개최된 G7 회의 공동 선언문에서도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이라고 언급되었으며, 이는 경제적 회복력과 경제 안보를 위해 “디리스킹”을 한정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좁은 범위에서 강력한 제재를 시행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 측은 이를 외교적인 수사의 변화로 해석하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미중 갈등과 디리스킹의 전개
미중 갈등은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또한 경기 침체로 인해 미중 갈등이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하여 양국 간의 대화 채널을 마련하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미중 관계의 국면 전환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배터리 등 국가 안보에 중요한 핵심 품목을 중심으로 “선별적 디커플링” 또는 “디리스킹”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양 진영 모두 중국을 배제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나 우방과 배타적인 글로벌 가치사슬을 구축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미국이 자주 사용하는 프랜드 쇼어링을 통해 추진될 것입니다.
반도체와 배터리의 대응의 차별성
반도체와 배터리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면, 미중 디리스킹의 양태가 두 품목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미국과 중국 기업의 위상과 경쟁력 차이가 있습니다.
반도체 GVC에서는 미국 기업이 강한 위상과 경쟁력을 보이지만, 배터리 분야에서는 중국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둘째로, 반도체와 배터리의 GVC에서 전후방 기업의 차이가 중요한 요인입니다.
반도체의 경우 반도체 설계와 디자인은 미국이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반도체 장비와 소재는 미국 외에도 일본과 네덜란드 등 다른 국가들이 강세를 보입니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중국이 핵심 광물과 배터리 소재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셋째로, 보호주의 진영 내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과 경쟁력도 생각해보아야할 부분입니다.
한국 기업은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양국 모두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반도체와 배터리의 용도의 차이도 고려해야 합니다.
반도체는 첨단 무기체계 생산에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배터리는 그린 전환 및 기후 위기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여 미중 디리스킹의 전개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디리스킹은 각 분야의 특성과 상황에 맞춰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의 동향을 판단하는 데에는 신중한 분석과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시기인 것입니다.
디리스킹 확대와 TVC 구축을 통한 국제 공조 필요성
디리스킹은 2024년에도 난항 속에서 확대되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미국과 서방이 추진하는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의 전환은 미국이 주도하는 ‘보호 주의 진영화’의 심화과정으로 볼수밖에 없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TVC(Trusted Value Chain) 구축 전략에 투사되고 있으며, 2024년에는 TVC 대상과 진영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서방뿐만 아니라 중국도 핵심 품목의 TVC 구축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디리스킹 분야는 에너지, 방산, 금융 등으로 확산 중이며, 미국은 TVC 구축 시 “좁은 범위 높은 강도”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넓은 범위, 더 높은 강도”로 치닫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보호주의 진영 내에서 디리스킹을 위한 국제 공조가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미국은 2023년에도 TVC 구축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이 과정은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따라서 2024년에도 미국이 TVC 구축을 지속하고자 한다면 미국이 국내외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신뢰’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공동이익’이라는 구체적인 개념으로 가시화할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TVC에는 국내외 파트너 정부뿐 아니라 경쟁기업들도 중요한 이해당사자로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의 TVC 구축 상황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는 디리스킹 분야에서 다른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과 미 우방의 압도적 우위로 인해 TVC 구축이 비교적 용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전기차 배터리는 2024년에도 여전히 어려움이 예상되며, 배터리의 TVC는 핵심 광물 채굴과 제련, 배터리 생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판단의 조건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대응 전략
한국은 디리스킹과 TVC 구축에 대한 이해관계 조정이 복잡하고 비용도 불투명하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지속 가능한 광물 공급망과 책임 있는 포지션을 취해야 합니다.
한국은 품목별로 입체적이고 유연한 공급망 재편 접근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은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다양한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한국은 미중 양국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경쟁력 차이에도 생각해야 합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양 품목을 별개로 다루는 것보다는 두 분야를 모두 고려하여 적절한 전략을 마련해야하는 쉽지 않은 판단의 기로에 서있는 것이 2024년 주요 정챙이슈 중 큰 부분을 차지할 것입니다.
안보적인 함의와 가능성
반도체의 경우 안보적인 함의가 크기 때문에 한국을 위해서도 대중 디리스킹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한 손실은 미국 주도의 보호주의 진영 내에서 상쇄해야 합니다.
반면 배터리의 경우 안보적인 함의가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미중 관계의 추이를 살펴보고 중국과 제3국, 우리나라와의 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숙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디리스킹과 TVC 구축에 대한 이해관계 조정은 복잡하고 비용도 불투명하지만, 정부와 기업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지속 가능한 광물 공급망과 책임 있는 기업행위로 최소한의 리스크관리와 유동적인 국제관계를 유지해야 우리나라 경제의 충격을 막을수 있습니다.
! 보고서의 내용은 투자판단의 참고사항이며, 본 내용에 의한 투자결과에 대해 바투가와 작성 필진은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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